지멘스가 영화 장비를 만들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한다. 발전소 터빈과 전화 교환기의 제조사가 왜 가정용 영사기를? 답은 간단하다 — 무성 영화에서 유성 영화로의 전환에 지멘스의 전기음향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1928년, 지멘스는 AEG/텔레풍켄과 함께 클랑필름(Klangfilm GmbH)을 설립해 극장용 사운드 영화 장비를 제조하기 시작했다. 1929년 토비스(Tobis)와 합병하여 토비스-클랑필름 신디케이트를 구성했고, 1930년의 '파리 사운드 필름 평화 조약'으로 유럽 시장(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네덜란드, 스칸디나비아, 발칸)의 극장 사운드 장비 독점권을 확보했다.

극장급 기술력을 갖춘 지멘스는 자연스럽게 가정용 시장으로 진출했다. 전문가용은 클랑필름 브랜드로, 소비자용은 지멘스 브랜드로 판매했다. 1930년대 초반 최초의 가정용 16mm 영사기 '하임프로예크토르(Heimprojektor)'를 출시했고, 16mm 카메라(C형 1934, D형 1934, FII형 1937)도 생산하여 아마추어 영화 생태계의 수직 계열화를 이뤘다.

지멘스의 대표작은 1951년 출시된 지멘스 2000이다. 500W 램프, 650m(최대 4,000피트) 릴 용량, 16~26fps 무단 변속(스트로보스코프 교정), 광학+자기 사운드 재생·녹음 기능, 15W 진공관 앰프(별도 저음·고음 컨트롤) — 이 모든 것이 '쉽게 운반할 수 없을 만큼' 무겁고 견고한 금속 본체에 담겨 있었다. 초록색 에나멜로 도장된 이 16mm 영사기는 독일 학교, 교회, 기업 교육장의 표준 장비가 되었다. 수집가들 사이에서 지멘스 2000의 5극관 앰프는 클랑필름의 혈통을 이은 오디오파일 아이템으로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1950년대 서독의 경제 기적(Wirtschaftswunder) 시대, 텔레비전이 보급되기 전 16mm 가정용 영사는 최고급 가정 오락이었다. 지멘스는 이 시장의 하이엔드를 점유했다. 영사기에 '지멘스'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는 것은 곧 발전소의 신뢰성이 거실에 들어왔다는 뜻이었다.

1969년, 지멘스는 영화 장비 부문(슈말필름 부서)을 폐쇄한다. 텔레비전이 16mm 가정 상영을 완전히 대체했고, 지멘스에게 영화 장비는 더 이상 전략적 사업이 아니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여전히 작동하는 지멘스 2000이 수집가의 거실에서 필름을 돌리고 있다 — 수십 년을 버티도록 설계된 독일 엔지니어링의 증거다.

주요 연혁

1928 AEG/텔레풍켄과 클랑필름(Klangfilm) 공동 설립 — 극장용 사운드 장비
1930 파리 사운드 필름 평화 조약 — 유럽 극장 사운드 장비 독점권 확보
1932 최초의 가정용 16mm 영사기 '하임프로예크토르' 출시
1934 16mm 카메라(C형, D형) 생산 시작
1951 지멘스 2000 출시 — 16mm 기관용 영사기의 전설
1958 지멘스 800 — 8mm 영사기 라인업 추가
1965 지멘스 2000 최종 변형 모델 생산
1969 영화 장비 부문(슈말필름 부서)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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